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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잃은 슬픔. 이야기를 들어줄,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마부 요나 포타포프는 유령처럼 전신이 새하얗다.

 

한 군인이 그에게 와 브이보르그스카야 까지 가달라 한다.

 

마차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군인은 투덜댄다.

 

마부는 손님 쪽을 돌아보며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듯 하다.

 

안톤 체호프 단편선 우수

 

"저 말입니다, 나리...
제 아들 놈이 이번 주일에 죽었답니다."

"으흠...! 어떻게 죽었지?"
요나는 온몸을 손님쪽으로 돌리며 말한다.

"그런 걸 누가 압니까! 아마 열병인 것 같습니다...
사흘 동안 병원에 누워 있다가 죽었으니까요...
모두 하느님의 뜻이겠죠."

군인은 마부에게 빨리 가도록 재촉한다.

 

더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지 않다.

 

브이보르그스카야에 군인을 내려주고 마부는 말과 함께 서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세 젊은이가 다가와 경찰교까지 가자 한다.

 

마차가 역시 빠르게 달리지 못 하자 그들은 욕설을하며 불만을 쏟아 낸다.

 

요나는 자기 등에서 꼽추의 몸 놀림과 떨리는 음성을 느낀다.
그는 자기에게 퍼붓는 욕설을 듣든가 사람들을 보노라면,
가슴속에 점점 고독감이 사라져감을 느꼈다.

 

요나는 가끔 그들을 돌아본다. 
잠시 말이 끊어진 틈을 타서, 그는 다시 뒤돌아보며 중얼거린다.
"이번 주일에 ...제 아들 놈이 죽었습니다!"
"사람은 모두 죽게 마련이야..."

 

 

마부는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진다.

 

 

다시금 그는 외톨이가 된다. 그리고 다시금 그에게 정적이 다가온다...
한동안 잠잠했던 우수(憂愁)가 다시 휩쓸어, 한층 강력한 힘으로 가슴을 찢는다.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요나의 눈초리는 양쪽 인도를 오가는 군중 위를 달린다.

이렇게 많은 몇천 명의 군중 속에서 단 한사람이라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사람은 없을까 하고.
그러나 군중은, 그와 그의 우수에는 아랑곳도 없다는 듯,
무심히 달리기만 한다... 

 

 

마부는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은 없었다.

 

잠도 오지 않아 그는 말을 보러 마굿간에 간다. 

 

건초를 먹이며 그는 생각에 잠긴다.

 

 

요나는 잠시 가만 있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그렇다, 얘야...
쿠지마 요느이치는 이 세상에 없다...
먼 곳으로 떠나갔어...
아무 산 보람도 없이 죽고 말았지...
자, 네게 새끼 말이 있고, 넌 그 새끼 말의 엄마라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새끼 말이 어딘지 먼 곳으로 가버렸단 말이다...
그런데도 넌 슬프지 않니?"

말은 먹이를 씹으며,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주인의 손에 입김을 불기도 한다...

요나는 흥분한 어조로 자초지종을 말에게 이야기한다.


아들을 잃었음에도 마부 요나는 말과 함께 마차를 끌고 일터로 나왔다.

 

아들을 잃은지 한 주 밖에 지나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그 마음을 누가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그를 위로해 줄 시간.. 

 

손님으로 온 군인, 세 젊은이, 숙소에 있었던 이들. 

 

이들은 우리이기도 하다.

 

아픔과 슬픔, 상처에 대해 관심 갖고 이해하려는 마음, 배려하고 보듬어 주려는 마음이 사라져 간다.

 

 

 

[출처] 체호프 단편선, 지은이 : 안톤 체호프, 펴낸곳 : (주)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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