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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뉴타, 작은 여인. 그녀는 오늘도 머무른다.
암울한 시대 속에 인간성을 상실한 이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허무
1. 줄거리
스물 대여섯 정도의 가녀린 여인 아뉴타.
그녀는 의과대학 3학년생인 스체판 클로치코프와 동거를 한다.
클로치코프는 그녀의 몸에 목탄필로 줄을 그어가며 뼈의 위치를 공부하고 실습을 한다.
아뉴타는 이런 동거를 5번을 했었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갔고 자연스레 헤어졌다.
클로치코프도 그럴 것이다.
이웃인 화가 페치소프가 와서 모델로 아뉴타를 빌려달라고 한다.
클로치코프는 바로 승낙을 한다.
아뉴타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별말 없이 나선다.
페치소프가 클로치코프의 방을 둘러보며 이야기한다.
그래도 좀 더 생활다운 생활은 할 수 있겠지...
문명인이라면 반드시 미학적으로 살아야 한단 말일세. 그렇지 않나?
그런데 자넨 이게 뭔가! 잠자리는 치워놓지도 않았고, 저 구정물에, 저기 저 먼지...
접시엔 어제 먹다 남은 죽이 아닌가...푸후!"
아뉴타가 나가고 클로치코프는 잠시 잠이들었다 깬다
페치소프의 말에 그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뉴타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아뉴타가 돌오자 그는 말한다.
"그런데, 아뉴타! 내 할 말이 있으니 거기 좀 앉으시오.
이만 우린 헤어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소. 간단히 말해서, 이제 나는
더는 당신과 함께 살기를 원치 않는단 말이오. "
아뉴타는 조용히 짐을 싼다.
그녀의 빰에 눈물이 흐른다.
클로치코프는 당황해하고 이내 마음을 바꾼다.
"근데 왜 우두커니 서 있는 거요! 가려면 가고, 가기 싫으면 외투라도 벗을 것이지.
가지 않아도 좋아! 그냥 있어요!"
아뉴타는 아무 말 없이 외투를 벗었다. 그리고 소리나지 않게 코를 풀고 긴 한숨을 쉬고 나서,
언제나 앉아 있던 들창 가의 의자로 조용히 가서 앉았다.
클로치코프는 방을 오락가락하며 의과책을 읽으며 중얼거린다.
그때 복도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그리고치, 차 마시러 오게!"
2. 리뷰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다. 시대적으로 어려운 시기로 필요에 의해 동거를 한다. 아뉴타는 집안일을 하며 거주한다. 앞서 5명과 헤어지고 클로치코프가 6번째이다.
클로치코프가 인체구조에 대해 공부를 한답시고 아뉴타의 몸에 목탄필로 뼈가 있는 곳에 줄을 긋는다. 아뉴타는 별말없이 응한다. 나는 이순간의 장면이 너무나 차갑고 조금 무섭게도 느껴진다. 인간에 대한 존엄, 존중이 사라진 순간이다.
클로치코프는 변덕으로 그녀를 내쫓고 이내 다시 머무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아뉴타는 눈물을 흘릴 뿐 말없이 따른다. 그런 상황에서 밖에서는 이웃간에 차 마시러 오라는 외침이 들린다. 방에서 일어난 그 일들이 마치 아무 일도 아닌 듯.
짧은 소설이지만 가슴이 속이 텅 비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의과생은 의사가 되기 위해,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뉴타를 부른다. '이용한다'라는 표현보다는 '사용한다' 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이는 모습이다.
최소한 한 사람으로서 여기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도 아닌, 마치 감정없이 물건을 대하듯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이 메말라 갈라지는 느낌이다. 갈증이 난다.
[출처] 체호프 단편선, 지은이 : 안톤 체호프, 펴낸곳 : (주)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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