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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단편선
'약혼녀'
나쟈는 안드레이 신부의 아들 안드레이치와 약혼을 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할머니와 같이 산다.
몸이 쇠약한 사샤라는 먼친척은 여름에 나쟈의 집으로 요양을 온다.
사샤는 올때마다 나쟈에게 하는 말이 있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이를테면 당신이나, 당신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당신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뜻임을 아셔야 합니다. 당신들은 남이 벌어온 것을 먹고 사는 겁니다. 과연 이런 생활이 깨끗하고 더럽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요?"
"네, 그건 사실이예요." 라고 나쟈는 말하고 싶었다. 자기도 잘 안다고 알리고 싶었다.
나쟈는 마음이 심란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불행한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고, 지금은 아무 재산없이 할머니 도움으로 살아가며 의미없는 귀족의 모습,
껍데기가 되고 말았다.
나쟈는 약혼하지 않고 사샤를 따라 떠나서 대학에가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어머니를 찾아간다.
어머니는 흐느끼며 말했다.
"나도 살고 싶다. 보람 있게 살고 싶어!"
어머니는 되풀이하며 자기의 작은 주먹으로 가슴을 두어 번 두드렸다.
"나를 자유롭게 해다오! 나는 이렇게 젊은데, 살겠다고 애쓰는데, 너하고 너의 할머니는 나를 노파로 만드는구나...
나쟈는 집을 떠나 공부를 시작한다.
이후 다시 사샤를 재회했을 때 그는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걱정했지만 다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집에 들린 나쟈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만나 화해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 휴식을 취한다.
집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사샤의 사망 소식 전보를 받았다.
그녀는 자기의 생활이 사샤가 원하던 대로 전환되었음을 똑똑히 느꼈다. 그리고 이 거리에선 자기가 이방인인 동시에 고독하고 소용없는 인간이며, 또 자기에게도 이 거리의 모든 것이 필요치 않으며, 그리고 모든 과거는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서 불탄 뒤에 바람에 날린 잿가루처럼 사라지고 말았음을 똑똑히 느꼈다.
그녀는 사샤가 집에 왔을 때 요양하던 방으로 가서 잠시 서 있었다.
"잘 가요, 그리운 사샤!"
어머니와 같은 껍데기의 삶을 살고 있던 나쟈. 사샤의 이끌림에 그녀는 세상으로 나왔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길에 섰다.
그녀는 진정 자신을 찾은 듯 보인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떠난 고향에서 자신도 고독한 이방인이자 소용없는 인간이라는 생각과 자신 또한 욕심이 없음을 느낀다. 그리고 지난 과거와의 결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진정 나를 찾아가는 발걸음. 무겁지 않게 걸어가자. 사뿐 사뿐.
[출처] 체호프 단편선, 지은이 : 안톤 체호프, 펴낸곳 : (주)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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