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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 단편선 '달빛', 그녀는 단지 사랑을 하고 싶었을 뿐.
쥘리 루베르 부인은 스위스 여행에서 돌아오는 언니 앙리에트 레토레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토레 부부는 5주전쯤 여행을 떠났다가
남편이 일이 생겨 혼자 떠나자
앙리에트 부인은 파리의 동생집에 와서 몇일 묵기로 했다.
두 가닥의 흰머리가 언니의 양쪽 관자놀이를 덥고 있었다. 머리의 다른 부분은 온통 짙은 검은빛으로 윤기가 흘렀으나 그곳, 그 양쪽만은 두 가닥 은빛 물줄기를 이루며 검은 머리타래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녀는 스물넷도 채 안 된 나이였다. 머리가 갑자기 센 것은 스위스로 여행을 떠난 후의 일이었다.
움직이지 않고 서서 루베르 부인은 멍하니 언니를 바라보았다.
동생은 언니의 안부를 묻는다.
그러자 언니는 힘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나...나에게 애인이 생겼어..."
그녀는 마음을 가라 안자 이야기를 이어간다.
너는 형부를 잘 알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그이를 사랑하는지도.
하지만 그는 의젓하고 분별은 있으나 여자 마음의 온갖 섬세한 동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
그는 언제나 한결같지. 언제나 친절하고 언제나 명랑하고 언제나 상냥하고 실수하는 법이 없지.
아! 나는 그가 난폭하게 나의 팔을 잡아당겨 끌어안고, 두사람이 하나가 되는
무언의 고백 같은 감미로운 키스를 오래도록 퍼부어주기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몰라.
나는 그가 주책없고 결함이라도 있는 사람이었으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나의 애무와 눈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몰라.
여행 중 그녀는 남편의 관심을 받고 싶었지만,
남편은 무관심했다.
남편이 침실로 가고 루베르부인은 호숫가로 산책을 나갔다.
호숫가에 서서 밀려오는 감정에 울고 있던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젊은 변호사이고 그녀와는 구면이었다.
그녀에 대한 호감으로 그녀를 따라 다니기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시를 암송해주고 그녀의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명함을 남긴채 다시 여정을 떠났다.
동생에게 이야기를 마치자 루베르 부인은 다시 통곡하듯 울었다.
"이봐, 언니.
우리 여자들은 흔히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자체를 사랑하곤 하지.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저 달빛이었던 거야."
루베르 부인은 남편을 사랑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다.
자신을 뜨겁게 안아주고 키스해주길 바랬다.
호숫가에서 만난 젊은 변호사를 사랑한게 아니었다.
달빛 아래 호숫가에서 우연히 만난 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아름다운 시를 들려주었던 그 시간.
자신이 한 여자로서 사랑받고 있다고 여겨지는 시간,
사랑이라는 감정이 솟아나는 그 순간, 그 자체를 사랑했던 것이다.
[출처] 모파상 단편선, 지은이 : 기 드 모파상 , 펴낸곳 : (주)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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