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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 단편선 여로!
열차 만원이었고, 승객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해마다 겨울을 남프랑스에서 보내는 의사가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이런 일로 담력을 시험해볼 기회를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어느 부인에게 이세상에서 가장 기이하고 가장 신비롭고 가장 눈물겨운 사건이 일어났지요.
그 여인은 나의 치료를 받던 환자였는데 지금은 죽고 없습니다.
마리 바라노브 백작 부인이라는 러시아 여인,
그녀는 키가 크고 미인이었다.
의사는 그녀가 폐병에 걸린 것을 알고 남프랑스로 요양을 권했으나,
그녀는 페테르부르크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의사는 그녀의 남편을 설득했고,
그녀는 떠나게 되었다.
열차를 타고 떠나는 밤,
객실안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매우 당황하고 놀랐다.
그는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그녀를 안정시키키 위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부인, 무서워 하지 마십시오. 저는 해를 끼치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부인은 놀라서 금화를 떨어뜨렸고,
그 남자는 조심스럽게 주워 돌려주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나쁜 목적을 가진 사람이 아님을 강조하며,
그녀에게 자신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 남자는 서른 살 가량되어 보였고, 미남이었고 귀족인 것 같았다.
러시아 국경에 다가오자,
그녀는 그녀의 하인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
그리고 그남자에게 이야기했다.
이건 선생을 위해서 한 일들이에요. 선생이 제 하인 이반이 되는 거예요. 이렇게 하는 데 조건이 하나 있어요.
그건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감사하다는 말이나 어떤 말이라도 해서는 안돼요."
그들은 독일에 도착했다.
그남자는 자신이 하인 역할을 계속하겠다 했으나, 그녀는 다른 하녀를 부탁하고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어느날,
키 큰 청년이 진찰실에 들어와 마리 백작 부인의 안부를 의사에게 물었다.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은 그 남자는 흐느끼며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의사는 이 이야기를 마리 부인에게 해주었고 그녀도 자기 얘기를 해주었다.
그 남자를 알지도 못하는데 요즈음 그림자처럼 저를 따라다녀요.
밖에 나가기만 하면 만나게 되지요. 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말은 걸지 않아요.
여인은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어요.
보세요, 틀림없이 창문 밑에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창문 밑을 보니 그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의 사랑이란 구원받은 짐승이 감사한 마음에서 목숨을 바쳐 헌신하려는 그러한 사랑이었지요.
그는 내가 부인의 병세를 잘 파악하리라 생각하고 매일 찾아와서
'부인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고는 나날이 더 창백하고 파리해진 모습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괴롭게 눈물을 흘렸어요.
부인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 이상한 사람과 말을 주고받은 적은 단 한 번밖에 없는데, 20년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같이 생각되어요.'
두사람이 서로 마주치게 되면 여인은 매력 있고 은근한 미소로 인사를 보냈어요.
나는 그 여인이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완전히 버림받은 듯 가망 없다는 것을 여인 자신도 알았건만 그 여인이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그토록 모든 것을 바치려는 헌신,
시인과 같은 정열, 존경과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여인의 처지가.
그러나 여인은 끝내 영광 속에서 살고자 필사적으로 그 남자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고,
이름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말을 하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여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 수 없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들의 기이한 우정에 금이 가고 말아요.
우리들은 서로 모르고 지내야만 해요."
남자로 말하면 그도 마찬가지로 돈키호테와 같은 인물이었어요.
전혀 여인에게 접근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저 열차 안에서 한 약속, 절대로 말을 걸지 않겠다는 터무니없는 약속을 끝내 지키려고 했습니다.
얼마안가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그 남자는 소식을 알고 그녀를 찾아왔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춘뒤 미친사람처럼 나가버렸다.
"자, 이것이 내가 아는 철도 사건 중 가장 기이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이란 야릇한 미치광이들에 틀림없지요."
한 여인이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두 사람은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미친 것이 아녜요...
그들은..
그들은...
★FlowerPig 이야기★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그들은...' 가슴 깊은 순결한 사랑을 했던 것이겠죠. 지금의 현실에서는 있기 힘들죠~~ ㅎㅎ 순수한 사랑이 힘들다기 보다는 이렇게 답답하고 가슴 아픈 상황이 있을 수가 없겠죠?
멀리서 바라보는 남자, 그리고 그 마음을 알고도 거리를 두는 여자. 안타깝고 조금 답답한 모습은 있었으나, 그러한 서로의 대한 순수하고 굳음 마음에 대해서는 경외롭기까지 합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